1차적으로 눈에 띄었던 건 아무래도 엠마스톤 배우(크루엘라 역)와 엠마 톰슨 배우(남작부인 역)의 강렬한 연기였다. 두 배우 모두 아카데미까지 갔던 걸로 안다..!
그리고 패션계 얘기인만큼 패션쇼와 눈부신 백화점 세트장, 런웨이, 호화로운 파티장 등 호화로운 볼거리가 돈을 정말 쏟아 부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볼거리만으로도 충분히 재밌는데 여기에 극적인 연출+탄탄한 캐릭터 각본이 매력을 더해줬다.
일단 크루엘라가 천재적인 패션 디자이너로 나오는 만큼 비주얼적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강렬한 연출이 인상깊었다.
패션계에서 정점을 찍은 빌런과 그 업계에서 신입인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강하게 떠올랐지만
미란다(메릴 스트립)와 비교할 수도 없이 남작 부인이 강력한 빌런이라는 점과 앤드리아(앤 해서웨이)와 달리 크루엘라(엠마 스톤)이 패션에 엄청난 재능이 있다는 점이 다르다.
특히 좋았던 점은, 둘의 경쟁이 한층 과열되던 씬에서 유치하게(디즈니스럽게) 옷을 숨기거나, 망치거나 하는것이 아닌 남작부인 옆에 자신의 옷을 전시하고 퍼포먼스를 과시하는 식으로 남작부인과의 신경전에서 승리하는, 그야말로 자신의 실력으로 정면 승부를 하던게 좋았다.
또한 승리를 하는 과정에서 선을 지켜야하는 인물이 아닌 올리버 트위스트처럼 뒷골목 고아 출신의 생존을 위해 어느정도 타락한 캐릭터이고, 그 와중 더 큰 악을 상대로 자신의 재능을 활용하여 통쾌한 승리를 이루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캐릭터가 더욱 매력적이다.
악인이지만 행위에 어느정도 정당성을 부여하고 관객들이 캐릭터에 몰입해주는, 일명 과거 사연이 정말 기가 막히다.
각본적으로는 정말 탄탄하고 캐릭터도 잘 짜여진 영화라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디즈니 영화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캐릭터의 선악이 단순해진 느낌이 있고 연기가 다소 연극적이고 과장된 부분이 있기도 하고
크루엘라의 동료 두명의 사연은 전혀 나오지 않아서 다소 평면적인 느낌이 들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남작부인과 크루엘라의 캐릭터가 충분히 입체적이고 매력적이었으며
극 중 전개되는 크루엘라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반전을 거듭하며 빠른호흡으로 이야기가 휘몰아친다.
(스포 강 포함)
남작부인은 크루엘라의 재능을 알아봐준 첫번째 사람으로 그가 쓰레기통이나 치울 때 능력을 높이사고 바로 스카웃해 나간 점때문에 처음에는 소시오패스같긴 하지만 쿨하고 멋진 역할인줄 알았다...!
능력만을 중시하는 소시오패스같긴 하지만... 오히려 그런 점때문에 출신 성분도 경력도 형편없지만 잠재력만은 뛰어난 크루엘라를 취업시켰고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가까이 두고 일을 시키기 때문에 어느정도 멋진 캐릭터로 보일 수 밖에 없다. (요런 효과를 주기 위해 이전 백화점 관리인을 형편없는 상사로 연출한 것 같다)
그런데 양파껍질처럼 하나씩 나오는 남작부인의 과거와 아랫사람에 대한 도를 지나친 소시오패스적인 행동들에서 차차 그가 빌런이며, 최종으로가서는 방어 불가한 완전 무결한 빌런이구나.. 하는 충격을 준다.
극중에서는 그야말로 크루엘라의 천적, nemesis로 언급된다.
특히 이 영화의 꽃은 크루엘라인데 크루엘라는 초기엔 에스텔라로서 살아가며 시청자들로 하여금 엄마에 빙의해서 안돼..! 착하게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게끔 에스텔라로서 아슬아슬한 선역을 지켜가며 살다가 남작부인이 사실은 자신의 원수인것을 깨달은 후 완전한 크루엘라로 거듭난다.
이 크루엘라는 자신이 약했기 때문에 엄마를 지키지 못했고 순진하게 자신때문에 엄마가 죽었다고 자책하던 에스텔라로서의 지난 나날을 증오하며 악마적인 크루엘라로 살아갈것을 선포한다.
하지만 이는 진짜 크루엘라의 모습이라고 할 수 없는데, 에스텔라로서 상처받은 과거에 대한 방어기제로 약간은 억지로, 과장된듯한 톤과 연기를 하며 머리는 원래의 하얀색/검은색의 머리로 돌아왔지만 얼굴은 하얀색으로 과장되게 색칠한 채 자신이 마음 깊은 곳에서 사랑하는 친구들을 심하게 대하며 자신마저 속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진정한 크루엘라’가 된 것은 아무래도 죽을 고미를 넘기며 완전한 비밀을 알게 된 이후가 아닐까 한다.
정말 한국의 아침드라마 같은..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며 아무래도 크루엘라도 이렇게 브레이크 없는 복수만을 향한 폭주기관차처럼 달리다가는 자신도 남작부인과 같은 루트를 밟는 것이 아닐까 하는 마음 속 깨닮음에 도달한게 아닐까 싶다.
왜냐하면 그가 남작부인의 딸이라는 것을 알자.. 크루엘라 포함 관객들은 알게 된다. 악행에 대한 정도만 다르지 둘은 정말 닮았다는 것을..!
성공에 대한 끝없는 야망과 대담함, 신이 주신 재능과 매력이 둘의 공통점. 다른 점은 남작부인은 자신의 방해물을 가차없이 제거했고 크루엘라는 그렇게만은 되지 않기 위해 자신의 친구와 남작부인을 절대 죽이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보인다...
이전의 크루엘라라면 죽여버리고도 남았을텐데 정말 성숙한 모습을 보여줘서 감동 ㅠㅠ 자신의 키워준 엄마를 죽음으로 몰아간 달마시안 세마리도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남작부인이 자신을 죽일 것임을 알고서도 절벽 앞에 사람들을 모아놓고 함정을 파 놓는 모습은 흡사 예수 같았다...
마치 유다가 자신을 팔 것이고 십자가에 못박힐 것임을 알면서도 죽음의 운명을 저항없이 받아들인 예수가 떠올랐다면 너무 오바인가 ㅎㅎ
하지만 그렇게 죽음을 선택했다면 크루엘라 답지 않았을 것이다
영화 중간중간 상상도 못한 기발함을 보여줬던 크루엘라 답게, 낙하산으로 탈출했을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
영화 쿠키에서 두마리의 달마시안을 로저와 기자 친구에게 보내면서 끝나는데 그러면 정말..... 자신의 원수의 달마시안을 기르는 포용력을 보여준 크루엘라가 101마리의 달마시안 가죽을 벗겨 코트를 만드는 끔찍한 인물이 되는걸까...하는 공포가 밀려왔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이 영화에서 쌓아올린 그녀의 캐릭터는 완전히 무너지고 평면적 캐릭터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아마 그렇게 되지 않을거라고 생각한다 ㅠㅠ
뭔가 창의적으로 각색해서 나오지 않을까?? 뒤에 나오게될 101마리 달마시안 실사화도 너무너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