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사람들 눈치보며 겨우 칼퇴하고 후다닥 도착한 양재역. 꼬물꼬물 올라가니 언주초등학교와 딱 마주쳤다.
10년만인가?
나는 초등학교 2학년~ 5학년 초까지 여기 양재역 언주초등학교 초딩이었다. 여기 하늘 사다리를 정복한 정복자였으며, 지긋지긋한 송충이에 대한 추억과 모래 운동장에서 많이도 넘어져본 정말 k-잼민이 그 자체였다 ㅠ
이때는 아바타 스티커 모으며 머리 브릿지한 친구들과 버디버디를 하는게 국룰이었는데 학교앞 컵떡볶이 집도, 쿨피스 얼려서 팔던 구멍가게도, 입구에 조그만 게임기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던 문구점도 전부 없어졌다 ㅠ
정말 뭐랄까.... 갑자기 내 지나간 유년시절에 대한 추억과 회환에 잠겨 잠겨 있는 교문 앞을 서성거리다가 약속시간에 늦었다 ;;
먼저 도착한 콩떡이!!
여기 은광여고 앞 작은공간이라는 즉떡집에서 주문했따. 콩떡이가 여기 와본적 있냐고 해서 없다고 했더니 여기 살았으면서 왜 안왔냐고 그랬다. 나는 어릴때 컵떡볶이 광신도인 K-잼민이었던 데다가 라때는 용돈이 500~1000원 수준이었기 때문에 구멍가게에서 차카니랑 아폴로 사먹느라 바빴다고 대꾸하니 이해한것 같았다.
우린 같이 떡볶이를 주문했고 모듬 2인분 즉석떡볶이에 김말이 튀김 추가했다.
떡이 매우 쫄깃했고, 양념이 짜지 않고 맛있었다!!!
즉떡 처돌이인 나는 매우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실망하진 않았지만 진짜 존맛? 그 정도는 아니었다.
숙대 앞 베스트 프렌드의 맛을 꺾을만한 즉떡집은 아직 나타나지 않은 것인가.... . 콩떡이도 숙대 즉떡이 진짜 맛있다고 하며 한동안 우리는 그곳을 추억했다.
마지막 볶음밥에 치즈추가는 국룰!!
밥을 먹고 우리는 근처 카페에 갔다. 큰 길가에 양재역 쪽으로 조금 내려오면 있는 곳이었다.
나란히 딸기 라떼를 시켰는데 비주얼이 예뻤고 진짜 맛있었따. 달고 시원하고 딸기 과육도 아삭아삭했다. 강추강추.
완전 우마에~~
우린 한동안 하트 빨대의 음료를 빨아먹으려면 입술을 하트 모양으로 해야하는지 아닌지에 대해 영양가 없는 토론을 벌이다가
카페 벽면에 빔프로젝터로 틀어진 영화 비포 선라이즈를 보며 한국 로맨스 영화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토론하기 시작했다...(....)
우리(나)의 결론은 한국 로맨스는 건축학 개론에서 이제훈이 수지에게 나쁜년이라고 하고 손절한 장면부터 모든것이 망해버렸다는 것이다.
드라마 작가는 여성 작가+남성 감독으로 그나마 균형을 맞추고 있고 다양한 캐릭터들로 점점 진화하며 사랑의 불시착 등등 히트작도 꾸준히 나오는데 영화계는 남초다보니 로맨스 장르의 주요 수요인 여성의 안목에 맞추지 못하고(심지어 지금은 로판의 호황기;;) 절망의 길로 가고 있는 상황...
그뒤로 각본은 거지같고 캐스팅에만 촛점을 맞춘 양산형 로맨스만 나왔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
하지만 우리도 영화 전공자들은 아니니 어느새 쓸데없는 다음 토론으로 넘어갔다.
집에가는길~
서초 17번 정류장으로 데려왔더니 엥 나는 집에 어떻게 가란거지~! 급발진한 콩떡이... 서초 17번이 우리집쪽으로 가는것만 알았나보다. 이거 오빠네 집도 가거든?! 머쓱했는지 침묵을 지키는 머쓱콩떡.
버스 안의 다음 정거장을 알리는 전광판이 고장났는지 요요요요~ 거리길래 귀여워서 찍어본 오늘 하루 마무리~~